칭찬받는 리뷰, 악플받는 리뷰

2009. 1. 13. 03:26Issue/IT

블로거들이 자주 쓰는 글중에 하나로는 '리뷰'라는 형식의 글이 있다. 휴대폰, 노트북과 같은 하드웨어에서부터 웹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 분야에 이르기까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블로그마케팅에 힘입어 블로거들의 리뷰 발행 부수는 점차 증가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 또한 제한된 인터넷에서 오프라인으로 점차 확산되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양적인 면과는 별도로, 리뷰의 신뢰성 혹은 볼만한 가치가 있는 리뷰가 얼마만큼 증가하였는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다. 블로고스피어내 자성적인 목소리로 인해 최근 맹목적으로 제품을 찬양하는 리뷰의 갯수가 줄어들긴 하였지만, 역으로 제품을 비난하며 자신의 인기를 추구하는 노이즈마케팅이나 성의없이 정형화된 리뷰의 발행부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쓰여지는 글은 기본적으로 전체 공개가 전제인 만큼, 리뷰 역시 누군가의 평가를 받을수 밖에 없다. 과연 내가 쓴 리뷰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인가, 비난을 받을 것인가. 나 역시 여러 리뷰를 진행해 본 경험자로서, 스스로의 리뷰에 기준을 세워본다.

1. 리뷰의 주체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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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리뷰를 쓸 때 보는 이에 초점을 맞춘다. 독자에 대해 배려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자주 보이는 휴대폰 리뷰의 경우, 대부분의 리뷰어들은 휴대폰의 앞면, 뒷면, 옆면을 찍어 올리는 것으로 첫 리뷰를 시작한다. 휴대폰을 직접 가지고 있지 않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보이지만, 그것이 꼭 필요한 것일까?

리뷰의 주체인 '나'라는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나는 아직 20대의 남성이고, 애니메이션과 블로그를 좋아한다. 만약 나에게 휴대폰이 생긴다면, 앞면, 옆면의 디자인을 따지기 보다는 당장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휴대폰으로 들을수 있는지, 혹은 인터넷으로 내 블로그에 접속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지 않을까.

그래도 겉모습을 차례대로 찍은 포스트 하나는 올려야 되지 않느냐고? 걱정하지 마시라. 인터넷에 널리고 널린게 사진이다. 정형화된 틀에 얶매이지 말자. 자신을 주체로 글을 쓰다보면, 자신과 동류인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모여들게 되어있다. 리뷰어는 단순 노동자가 아닌 크리에이터이다.


2. 사실만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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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쓰면서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은 감각과 사실을 구분하는 일이다. 감각은 느낌이다. 노란색 비틀즈를 보며 앙증맞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지만, 반대로 우중충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태어난 환경, 선호하는 색상.. 그 모든 것이 다르니 이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또 자유롭다.

반면 사실은 진실이다. 진실은 공정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히 A 제품이 B 제품보다 좋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때에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 이를 입증해야만 한다. 이 작업은 무척 단순해 보이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누구가 공감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고 이를 입증하는 일은 전문가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리뷰어들은 인내에 인색하다. 그들은 고작 한두시간, 혹은 수십여분이라는 매우 짦고 단편적인 경험만을 가지고 리뷰를 진행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이런 종류의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리뷰가 아니다. 거짓말로 가득찬 치팅이다.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개발자들이 수년간 고생해 온 노력의 산물을 고작 몇분의 체험으로 평가하는 일이 정당화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느낌이 아닌 사실로서의 평가는 공정하고 진실해야 하며, 진실을 위한 탐구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많이 쓰는 것, 많이 보고 느끼는 것. 첫 느낌만으로 리뷰를 작성하였다면, 일주일뒤, 한달뒤 다시 한 번 리뷰를 작성해 보자. 물건은 쓰면 쓸수록 진짜 값어치가 나오는 법이다.


3. 악플과 비판을 판단하라.
악플과 비판은 구분지어야 한다. 일부 리뷰어들은 자신이 칭찬하거나, 혹은 비난한 제품에 대해 반대의 댓글을 달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댓글을 종종 삭제한다. 진지하게 말하건데, 멍청한 짓은 그만하라고 싶다. 자신의 아이디를 한 번 구글링해보아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멍청한 짓인가를 명백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댓글을 삭제하는 단 한 가지 기준은 댓글에 욕설이 들어가 있을 때이다. 욕설이 들어간 댓글을 삭제하는 이유는 현행법상, 사이트 관리자도 관리부실의 이유로 같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댓글이 있어 불편하다고? 차라리 무플을 달 망정 삭제하지는 말아라. 당신이 삭제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을지 당신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그 것은 매우 불행한 진실이다.


마치며..
리뷰를 쓰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가끔 불편한 진실과 마주치기도 한다. 광고와는 전혀 다른 성능에 글쓰기가 망설여 질 때도 있고, 대행사를 통해 리뷰를 제의받은 제품은 좋은 면만 써야 되지 않을까하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기준이 흔들리면, 결코 좋은 리뷰를 쓸 수 없다.

나는 리뷰어를 탐험가라고 생각한다. 비록 열사의 사막이나 밀림의 오지를 탐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품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이상 '가치의 탐험가'라고 말할수 있지 않을까. 열사의 사막에서 많은 이들이 뜨거운 날씨에 불평을 토할 때, 탐험가는 오아시스라는 보물을 찾아낸다. 리뷰어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점, 싫은 점에 연연하지 말고, 그 속에 숨겨진 나만의 가치를 글로 옮길수 있다면 당신의 리뷰는 박수를 받을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한동안 댓글에 대한 관심은 끄기 바란다. 

p.s] 본 리뷰에 사용한 그림에 대한 저작권은 강팀장의 WEB E.Y.G (웹 이야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