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현장취재, 여러분의 방식은?

2009. 1. 7. 03:33Issue/IT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가끔씩 취재를 위해 외출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주로 블로거들끼리 모이거나 페스티벌, 컨퍼런스와 같은 각종 행사들, 그리고 최근에는 촛불문화재로 인해 자주 밖으로 나가는데요, 집을 나서며 항상 '오늘은 좋은 기삿거리를 찾아야지.'하고 다짐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그 날따라 카메라 초점도 안맞고 이러저리 치이다보면, 그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각기 나름대로의 비법이 있겠지만, 오늘은 저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봅니다.

'현장 취재는 확인에 불과하다.'

흔히 현장 취재라고 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상하기 쉬운데요, 사실 현장 취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취재 준비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할까요.

전 컨퍼런스나 페스티벌에 초대를 받으면 항상 홈페이지에 들어가, 당일날 무엇을 보고 또 어떻게 이동할 것인지 꼼꼼히 체크합니다. 또 처음가는 행사이면 전년도 취재 기사를 보며, 누가 어떤 이슈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지 꼭 확인하고요. 특히 컨퍼런스 행사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만큼 아는 것이 힘입니다.

지식의 힘은 촛불문화재와 같은 돌발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합니다. 언제 어디서 모이자는 말밖에 없는 문구를 보면 다소 막막하기도 하지만, 평소에 조금만 주의깊게 이슈들을 공부해나가다 보면 쉽게 당사자분들과 어울려 여러 정보를 교류할 수 있습니다. 취재를 위한 준비를 우습게 보지 마세요.

'나 만의 시각으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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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가 되는 현장이라면 방송국 카메라를 비롯하여 전문장비를 갖춘 기자들이 많이 보일 겁니다. 현장에 나가서 가장 위축되는 시간중 하나인데요, 전용 프레스석에서 사진을 찍고, 망원렌즈로 현장을 어김없이 잡아채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좀 부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허나 그들은 직업이고 저는 블로거이니, 그 차이는 어쩔수 없는 것이겠지요.

대신에 저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현장, 혹 그들이 보아도 기사로 다루지 못하는 현장에 주목합니다. 우측의 사진이 바로 그러한 예입니다. 이 사진은 지난해 2월, '땅바닥에 주저앉은 대통령 취임식'이란 제목으로 올린 글에 첨부된 사진입니다.

눈이 올 정도로 날씨가 추운 날, 대통령 입장이 다가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해외 동표들을 방석 하나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힌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인데, 높은 전망대 위에 오른 기자로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혹 보더라도 결코 기사로 다룰수 없는 현장중에 하나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면, '나는 기자도 아닌데, 돈과 시간을 들여 이 자리에 온 이유가 뭘까?'라고 생각해 보세요. 원하는 답을 찾아내면, 현장에 대한 눈이 조금은 트일 겁니다. 모든 것을 보지않아도 괜찮습니다. 혹 놓친 부분이 있다면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해 줄테니까 말이죠. 기자의 시선도 아니고, 남들의 시선도 아닌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 현장을 볼 수 있다면 당신도 이미 프로입니다.

'필요한 것은 용기'

현장에서 자신만의 아이템을 찾아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용기뿐입니다. 사진이 필요하면 카메라를 꺼내고, 인터뷰가 필요하다면 앞으로 돌진하세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용기를 내라는 말밖에 조언할 말이 없네요. '내가 어찌 감히,,'라고 생각할 지 몰라도 결국 그들도 사람이고, 저도 사람입니다. 두려워하지 마세요.

그러고보니 제가 첫 인터뷰를 한 때도 한 이 맘때 였네요. 다음 블로거 기자단이 출범하고, 스누피 디자인전에 취재를 나갔을 때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시장 내부 촬영은 끝났는데, 사람들 반응이 어떠한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그런데 기자도 아닌 일반 사람인 내가, 어디 신문사도 아니고 고작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위해 인터뷰 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 지 한참 고심했습니다. 문 앞에서 한 30분은 서성거렸을거예요. 그러다가 용기를 내어 어느 아주머니분에게 인터뷰를 신청하였는데, 다행히 성공하였답니다. 그 때의 그 기쁨이란..


[당시 촬영한 인터뷰 영상]

'마무리는 후회없이'

용기를 내어 현장취재를 마쳤다면 이제 남은 것은 집에 가서 글을 쓰는 일뿐 입니다. 여기서 잠깐!! 집에 가면 다시 현장으로 올 수 없다는 사실, 다들 아시죠. 가기 전에 그동안 찍은 사진과 인터뷰를 가지고 스토리를 그려보세요. 내가 어떤 글을 쓸 지 아직 감이 안잡힌다면 그건 취재가 덜 된 것입니다. 반면 지금까지 획득한 취재 자료들을 가지고, 사진 구도에서부터 어느 정도 글에 대한 밑그림이 잡힌다면, 오늘 취재는 여기서 끝. 가능한 빨리 집에 돌아와 씻고, 맥주 한 잔을 마시며 신나게 글쓰는 일만 남았답니다.

많은 분들이 아직도 현장취재라 하면 기자들만 하는 특별하고 어려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번 경험해 보신다면, 이 일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약간의 용기와 끈기, 그리고 노력으로 자신만의 현장을 주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길은 늘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