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촛불, 이렇게 만들어 졌습니다.

안녕하세요, 소금이입니다. 2009년 새해도 어느새 지나가 버리고 벌써 1월 2일인데요, 조금 늦었지만 새해 인사드립니다. 새해 연휴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 모르겠네요. 2008년 12월 31일, 저는 보신각의 도로 한복판에 서 있었답니다. 여의도와 보신각에서 방송 민영화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하기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발걸음이 실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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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마지막 밤은 무척이나 매서웠습니다. 콧물을 훌쩍이게 하는 찬 바람은 길거리에서 산 털실장갑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매서운 눈초리와 방패로 무장한 경찰들의 얼어버린 마음은 시민들의 촛불로 녹일수 없었습니다.

종각역 곳곳에선 경찰들이 입구를 막아 시민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었고, 질서유지라는 말과는 달리 그들의 주 목적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색출하고 격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팜플랫을 뺏기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보니, 가슴이 매어집니다.

거리는 '시민들의 축제'가 아닌 '경찰들의 축제'라고 불릴만큼 시민들 숫자보다 경찰들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보신각 주변에는 3중으로 경찰들이 진을 치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입장을 봉쇄하고 있었고, 확성기를 단 지휘차량과 방패를 든 무장경찰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시민들은 노란풍선을 들며, 입을 꾹 담은채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거리 한 켠에서 '이명박은 물러가라'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이 작은 목소리에 호응하여 순식간에 수많은 시민들이 한 자리에 모여들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까지.. 모두들 하나가 되어 '이명박 탄핵'을 외쳤고, 그 날 밤 종각의 마지막 촛불 집회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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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르게 살자' 누구에게 필요한 말일까? ]

촛불집회에 맞서는 경찰들의 반응도 대단하였습니다. 다수의 외국인들과 방송사의 카메라가 집중된 이 현장에서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많은 경찰들이 시민들에게 핀잔을 주고, 이로인해 시민들의 반응이 격화되는 사태들이 현장 이곳 저곳에서 터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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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시민들을 흥미롭게 촬영하던 외국인 남성. 아무리 막아도 누군가는 찍는다.]

특히 일부 경찰들은 시민들의 사진 촬영에 무척 경계하면서, '찍지 말라.'고 경고하는가 하면,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낸 다음에 자랑스럽게 말하라.'등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일삼아 시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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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들만의 축제와 우리들의 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보신각 옆에 설치된 대형화면을 보니, 방송사들은 'MB 아웃'이 담긴 전단지와 깃발들을 숨길려고 정말 필사적으로 노력하더군요.

우리들은 우리식대로 노래가 끝날 때마나 '이명박은 물러가라', '한나라당 해체하라'를 외치며 마찬가지로 필사적인 함성을 질렀습니다. 방송에 얼마만큼 노출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날 현장에 있던 시민들의 단 한가지 소원은 바로 '이명박 퇴출'이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2009년 첫 해를 광장에서 맞이하였습니다. 광장에서 여전히 꺼지지 않는 촛불들을 보니 안타까움과 희망이 교차합니다. 그러나 저희는 잘못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말합니다. 때론 숙여야 될 때가 있는거라고. 거짓말도 필요한 법이라고. 확실히 가족이나 직장, 돈을 따지다보면 잘못된 것을 맞는 것이라고 거짓말해야 되는 경우가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부끄러운 일이지 옳은 일이 아닙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것은 분명 누군가 지적을 해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촛불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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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보지않아도, 우리는 촛불을 든다 ]

2009년 새해, 올해에는 과연 몇 번이나 촛불을 들어야 될까요. 아직 망설임과 두려움이 남아있지만, 올해에는 이 촛불처럼 이 땅을 비추는 한 줌의 용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올해 저의 새해 첫 소망은 '촛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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