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과학으로 말하다.

2008. 12. 13. 02:59Issu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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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전국민을 뜨겁게 달군 이슈중에 하나로는 바로 '광우병 파동'이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수십만명의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가 '고시철회, 수입반대'를 외쳤고 이에 경찰들의 물리적 진압이 이어지면서 사태는 한 때 급박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광우병 이슈는 최근 축소된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민이 관심을 가지는 있는 이슈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주목해야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광우병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뉴스는 이념 논쟁이 끼어들면서 점차 도발적인 기사를 내놓기 시작하였고, 인터넷은 상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이를 체계적으로 알아보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오늘 읽어본 지안사의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는 한 해를 정리하며 광우병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유용한 참고서이다. 의사출신의 저자 유수민씨는 식인종 사이에서 발병하는 쿠루병에서부터 영국의 양들이 고질적으로 앓았던 스크래피를 통해 광우병의 기원을 추적해 나간다. 광우병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육골분을 지적한 저자는 당대 영국에서 유통된 육골분이 목축산업의 변화에 따라 어떤 식으로 제조방식이 달라졌는지, 그리고 사료의 원료로 무엇이 사용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나간다.

이어 저자는 인류사에 등장하게된 프레온이 어떻게 광우병의 발병체인 변형 프레온이 되며, 소, 양 그리고 인간이라는 종간의 벽을 뛰어넘어 전염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마지막장은 그동안 인터넷상에 논의되던 선진회수육, M/M형 유전자, 작업환경에서의 오염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실제로 이러한 요인들이 얼마나 위험을 주고있는가 살펴보고 예방을 통해 광우병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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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어려운 단어를 배제하고 다양한 삽화를 통해 초보자들도 쉽게 광우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올해 발간된 교양서적중 상당수가 어렵고 전문적인 단어로 책을 이해하기위해 별도의 공부가 필요했던 것에 비해, 단순하고 직관적인 단어들로 이루어진 문장들은 소설을 읽듯이 쉽게 넘어갈수 있는 대목들이다.

또한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과학적인 방식으로 광우병을 해석하고 예측하였다는 점에선 충분히 만점을 받을만 하다.

반면 정치적인 견해에 대해서는 중립성을 추구한 나머지 다소 소흘히 다룬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는 책 말미에 아래와 같은 견해를 밝히며, 예방과 감시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지만 그것이 현실속 상황과 이어지지 않는 한계를 가진다.

아무리 상황이 낙관적이라 해도 먹을거리에 대해서는 최대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 발병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안전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인간에게 먹는 행위와 먹는 즐거움은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다. 먹으면서 기쁨을 얻는 것이 아니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면, 그것은 이미 음식으로서 기본 요건을 상실한 것이다. 소고기에 대해서도 이런 관점을 취해 아무리 광우병이 무시할 정도로 줄어든다 해도 '다우너 소 도축 금지'와 SRM 제거 등의 규제들은 유지되어야 한다. <본문 : 기본전제를 잊지말자 장에서 발췌>

정치적 문제는 광우병 문제를 해석함에 있어 과학적 부분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예를들어, 수학에서 1.5라는 수는 효율성을 위해 1이라는 숫자로 표현할 수 있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 어른 1명과 아이 1명이 있을 때 효율성을 추구한다고 아이 한 명을 버릴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나 어른과 아이가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라면 더더욱 그렇다.

우리는 지금 '보이지 않는 공표'가 아닌 '눈에 보이는 공포'에 저항하고 있다. 광우병 발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SRM은 참여정부때보다 후퇴한 상태이고, 선진회수육 역시 언제든지 수입이 가능한 상태이다. 청결하다고 주장하던 도축장은 수입금지 처분이 내려질만큼 심각한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여기에 원산지 허위표기등 최악으로 치닫는 국내외 문제들은 저자가 주장한 예방조건과는 거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아직 광우병 위험지대에 있는 것이다.

'먹느냐, 먹지 않느냐' 이 단순한 문제는 과학적인 문제일수도 있고 그리고 정치적인 문제일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양쪽의 궁금증이 모두 해결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고민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서 '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가 과학적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듯이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 답을 내릴수 있는 저서는 없을까. 작품의 또다른 속편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