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그 아낌없이 베푸는 자들은 위하여.

2008. 6. 8. 00:58Issue/Society

촛불문화제 시작 초기부터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온 단체로는 예비군 자원봉사자들을 들 수 있습니다. 오직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그 어떠한 고생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도착하고, 가장 나중에 나오는 예비군들의 모습은 언제나 든든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최근 시민과 전경들 사이에서 중립성을 지키려는 예비군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리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감정섞인 말을 섞어가며, 시민들의 편을 들지않는 예비군들을 비난하고 있고, 전경들 사이에서도 예비군은 시위대 진압을 방해하는 시위대와 똑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오직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욕을 먹을 때면 속이 상한다는 예비군. 이번 포스트에서는 6월 7일 새벽녘에 있었던 시위현장과 예비군의 모습을 담아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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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10시, 새문안 교회 :
금일 시위는 세종문화회관과 새문안 교회 골목길에서 벌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위에 상관없이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축제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으나, 청와대로 진출하려는 시위대에 위급한 상황이 닥쳤다는 소식이 전파되면서 노래를 부르던 일부 시민들은 시위대의 곁으로 달려나갔습니다.

좁은 골목길에는 어느새 예비군이 등장하여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고, 안전상의 이유로 남성들만이 시위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두 사람이 지나가면 어깨가 닿을 정도로 무척 비좁은 골목길을 나서니 경사진 언덕위에 시위대와 경찰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 노출되었습니다.

약 50여명의 전경이 버스 앞에 위치한 가운데 언덕위에서부터 시위대가 내려오는 상황이었고 언뜻보기에도 압사당할 위험이 무척 높아보였습니다.

거리에서 어렵다고 선동하던 사람들의 말과는 달리 인원수에서 앞도적인 수를 자랑하던 시위대는 별다른 구호없이 오직 '으싸으싸'만을 외치며 전경들을 아래로 몰아붙였습니다. 그것은 하나의 광기였습니다. 전경버스를 부수면서도, 경찰방패를 빼앗고 경찰을 폭행하면서도 오직 내가 정의이기 때문에 나는 영웅이라고 착각하는 시위대의 모습. 다수의 힘으로 누르면서도 정작 불리할 땐 '비폭력'을 부르짖는 그들은 모습은 이전에 내가 알고있던 시위대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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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4시 : 지리한 골목길 시위는 새벽까지 이어졌고, 다음날을 기약하며 많은 시민들이 빠져나가는 가운데 본격적인 예비군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비군들은 교회 정문의 바리게이트를 이용하여 전경들이 시위대를 쫓아 거리로 난입할 경우를 대비하였고 시위대 맨앞에 서서 전경들의 움직임을 봉쇄하였습니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예비군의 차단작전에 시위대의 자유로운 출입을 가로막는 행위라며 크게 반발하였습니다. 이들은 사람들이 안쪽으로 계속 들어가면 오히려 빠져나가기도 힘들거니와 압사의 위험이 있다는 예비군의 말을 무시하고 시위대에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안전하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예비군을 프락치라고 욕하면서 이 곳은 시민들이 막을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시민들이 이미 자리를 뜬 상태였으며, 예비군들의 지원이 없다면 추가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한참 사람들을 선동하던 그들은 예비군을 방해하고 몇몇 사람을 시위현장에 들여보낸 뒤 은근슬쩍 사라져 버렸습니다.


속칭 '꾼'이라 불리는 전문적인 선동자들의 모습은 이후에도 수차례 목격되었습니다. 경찰과 시민사이의 분쟁을 유도하는 이들은 시민들을 위험한 지역에 몰아넣으면서도 정작 자신은 안전한 곳으로 도피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미 일부 참가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정보가 교류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인원수가 목적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못한 부분이 많기에 촛불문화제에 참가하는 시민들의 주의가 요구됩니다.

7일 오전 5시 : 경찰의 점거방송 이후 현장을 빠져나오는 시민들의 숫자는 점차 늘어나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오는 시민마다 진압조 투입이 임박해졌다고 말하고 있었고, 이에 예비군은 긴급히 1개 소대를 현장에 투입하는 한 편, 교회 정문에서 다시 한 번 스크램을 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선동자들이 나와 위압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예비군들의 해산을 종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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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에 처한 예비군들을 도와준 이들은 다름아닌 다음 아고라에서 나온 네티즌들이었습니다. 여러번 경험을 통해 경찰들의 진압 분위기를 확인한 아고라인들은 연신 '들어가지 마세요'를 외치며 선동자들의 꾀임에 시민들이 빠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7일 오전 7시 : 긴박했던 상황은 경찰측이 진압 명령을 취소하면서 소강 상태로 들어섰습니다. 거리는 시내버스를 비롯하여 차량이 도로를 메꾸면서 교통통제가 풀리고 있었고, 많은 시민들은 다시금 서울 광장으로 돌아섰습니다. 그 와중에도 선동자들은 시민들을 시위현장으로 끌어들일 생각을 하다 '학생들을 다치게 할 셈이냐'라는 호통을 듣고 물러났습니다.

아래 영상은 선동자가 시위현장에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현장검증을 한 영상입니다. 선동자의 발언과는 달리 현장은 어린애와 여성들이 앉아서 쉬고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으며, 만약 이 곳에 밖에 있던 수십여명의 시민들이 시위대로 가세하였다면 역으로 불안감이 조성되어 돌발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습니다.


7일 오전 8시 : 마지막 예비군이 빠져나오며 이 날의 시위는 일단락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예비군을 말할 때 박쥐라는 표현을 자주 애용하곤 합니다. 이도저도 어느 곳에도 끼지 못하는 박쥐. 하지만 내가 본 예비군은 항상 서운한 대접을 받는 시민들에게 늘 배풀어주는 열린 마음을 가진 멋진 사람들 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직도 전경들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적으로 보이십니까? 오늘은 박카스라도 하나 건네며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전해주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