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진입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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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 시위를 마치고 시위현장을 다시 돌아보던중에 이상한 광경 하나가 눈에 띄었다. 예비군과 일반 시민들이 모두 다 시청앞 광장으로 모인 가운데 약 20여명의 사람들이 남아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주변통로는 이미 개통되어 현지주민들이 이동하고 있었고, 경찰과 이들은 서로간의 철수를 주장하며 의미없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었다.

20여명의 시위대는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남아있는 이유는 청와대로 가기위한 상징성의 발로이며, 경찰들이 먼저 철수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전까지는 계속 이 자리에 남아있겠다고 하였다. 한 편 경찰측에서는 양쪽에서 다 같이 철수를 하자며, 서로 같이 철수하자고 종용하고 있었다.

우리가 시위하는 이유가 청와대에 가기 위해서인가? 현장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려 하였지만, 머리속 생각이 정리되지 못하여 현장에서 설득하는 일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기에 이 자리를 빌어 남은 이야기를 꺼내어 본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금의 이슈가 퍼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하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언론에서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20여명의 사람들이 청와대에 가기위해 시위를 벌이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생각은 존중하되, 이를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20여명의 사람이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을 끌어내는 것과 100만명의 사람들이 모여 이명박을 끌어내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전자는 20분의 1로 줄어든 또다른 독재를 나을 뿐이지만, 후자는 민주주의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청와대로 가서 '으싸으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사람들은 지난 한 달간 그렇게 외쳤는데도 이명박이 대답하지 않으니 청와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오늘 현장에 모인 사람들의 숫자는 약 10만명. 5천만 대한민국 국민중 500분의 1에 불과한 수치이다. 결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명박의 조급증에는 그리 화를 내던 사람들이 왜 스스로 조급증에 파묻히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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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욱더 뭉쳐야만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일수 있는 자리는 평화와 즐거움으로 가득찬 축제의 공간이지 피로 얼룩진 시위현장이 아니다. 지난 31일 강경진압을 통해 우리는 이미 이 사실을 익히 체험한 바 있다.

청와대 진입은 경찰과 시위대를 물러설 수 없는 극한 대립의 상황으로 몰며, 마치 러시안 룰렛처럼 어느 한 쪽을 폭력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존중받을수 없다. 폭력으로 얼룩진 시위현장은 여성을 비롯한 소수인권자들에 대한 참여 제한을 가져올 뿐이다. 지금 그들이 주저앉은 그 자리가 지난 밤 내내 여성들의 출입이 금지된 바로 그 자리였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는 모두를 존중하며, 모든 이들의 참여를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소수의 폭력으로 이루어진 역사는 결코 존중받을수 없다. 어린아이들의, 학생들의, 그리고 장애인을 비롯한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촛불 문화제를 위해 더이상 무의미한 청와대 만능주의를 버렸으면 한다. 양재역에 100만명이 모인다고 하여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이 결코 아님을 하루속히 깨닫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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