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날의 단상. 이것저것 잡담.

2008. 4. 9. 22:58하루 일기/2008 Diary

1. 오늘은 누군가 말하는 투표날이라고 하네요. 그러나 저에게 있어 오늘은 어제였고 또 내일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연구실에 가서, 이것저것 일을 처리하다보니 어느새 해가 져 별이 떠오르네요. 이름뿐인 민주주의 보다는 눈앞의 백원을 선택한 하루였습니다.

2. 누군가 말합니다. '투표는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는 소중한 행사'라고. 나는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투표는 다수에 의한 폭력을 재확인하는 행사'에 불과하다고. 오늘도 정년퇴직후 시간이 널널한 많은 어르신들이 투표에 참여하셨습니다. 그러나 연고지를 벗어나 일을 하고있는 저는 고작 이틀밖에 안되는 부재자 신청기간에 치이고, 또다시 일에 치이는군요. 전자투표를 국회 안건으로 요청한지가 몇년이나 지났는데,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해도 대한민국의 제도는 여전히 70년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니 70년대 사람만 투표를 합니다. 21세기 사람은 투표할 기회가 영영 없는 것일까요.

3. 성추문 파문을 일으킨 최연희씨가 또다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고 합니다. 성추문 파문때부터 '우리시는 가난하니 능력있는 최연희를 용서해야 된다.'고 말들이 많던데, 올여름 동해, 삼척으로 피서가시는 여성분들은 주의하시길.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이 나라는 범죄자도 국회의원이 되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하긴 전과투성이의 사람도 대통령을 해 먹는 세상인데,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4. 매년 베스트 의원에 오른 심상정씨는 이번 총선에서 낙선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낙선사유는 진보신당이기 때문이라는군요. 70년대 노동운동의 산 증인이자, 경제 분야에 있어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분인데 거참 이유가 빈약하지 않나요. 박근혜씨처럼 다른 이의 후광으로 자라온 이도 아닐뿐더러, 외환은행 매각문제나 FTA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때면 단골출연하시는 국내 몇 안되는 진짜 의원인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5. 올해 투표율은 역대 최저 투표율이라고 하는데 그 책임은 선관위가 물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선때부터 이슈가 되었고, 한나라당이 공약으로 채택하지도 않은 대운하 사업을 가지고 임의로 유권해석을 내려 시민운동을 방해하지 않나, 대통령이 자기 후보 지지현장에 나타나 유세를 펼치는데도 아무 말 못하면서 정작 인터넷에 글 한줄 쓰면 벌금 80만을 때리는 선관위. 아무리 정부기관이 대통령 하나만 보고 목매인다지만, 때론 국민의 눈도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합니다. 뉴스를 보니 아파트를 돌며 투표를 독려하였다고 하는데, 정작 투표할 사람들은 지금 다 직장에 있으니 쇼는 그만 하시고요. 당신들도 지금 돈받고 직장에 와 있는데, 다른 사람은 안그렇겠습니까?

6. 아무리 오늘 떠들어도 내일이면 다 잊혀지겠죠. 어린시절 배운 민주주의의 위대한 룰을 적용해 보려고 하지만 이내 현실을 깨닫게 되는 오늘. 누군가의 희망은 져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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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풍경. 텅 빈 연구실을 연출하려고 했지만 아쉽게도 실패. 오늘도 풀 입니다. OTL...]